나는 학창시절 어떻게 공부했었을까. 아니, 도대체 나에게 무슨 공부를 그렇게 하라고 했을까.
수학시간 이었다.
물에 소금을 더 타면 농도가 몇 퍼센트가 될까?
소금을 더 넣으면 더 짜지겠지 농도가 몇 퍼센트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이런건 도대체 왜 배우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교육열이 높은 동네에서 살았지만 나는 그게 힘들었다. 그런동네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을 간다고 했다. 마치 좋은 대학을 가게 되면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말이다. 반에서 소위 말하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았다. 기가 막히게 문제들을 잘 풀곤했다. 그 친구들은 학교 선생님들이 자기 자식인 마냥 아주 예뻐했다. 그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한껏 의기양양하게 학교에 오시곤했다. 그당시 마음 한켠에서는 조금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냐고? 그런 친구들이 부러워서 공부를 열심히 시작했을것 같은가? 전혀 아니다. 공부 안했다. 왜냐하면 나에겐 목적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나에게 내가 하고싶은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있었다. 공부랑 아주 그냥 담을 쌓은 놈이었다. 그 친구 머릿속엔 축구 밖에 없었서 매일 킥 연습만 몇 백번씩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대회가 열리면 항상 우승을 이끌곤 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난 후, 친구는 운동과 전혀 상관없는 한 대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하고 싶은게 생겼다고 했다. 철도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니 몇 년 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공부만 하면서 나오질 않았다. 어느 순간 보니 자격증도 많이 따놓았고 시에서 상도타고 뉴스기사에도 나오더니 철도공사에 합격을 해버렸다. 대단한 놈이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바로 목적성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목적이 뚜렷해지면서 의식적으로 학습을 하게 된 결과이다.
서두에 수학시간 이야기를 했다. 소금물 문제는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소금물과 같은 전해질 용액을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을 연구해 미래 자동차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의 목적성일까. 뙤약볕 아래에서 소금을 거둬들이고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적성일까.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 흰 눈처럼 뿌려지는 소금을 바다의 눈물이라고 말하는 시인들의 목적성일까. 체질을 분석해 하루 적정 소금량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들의 목적성일까. 이 세상 모든 아들 딸들의 식탁에 올라가는 정성스런 반찬에 소금 간을 하는 어머니들의 목적성일까.
당신이 말해보라.
목적성이 생겨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군복무시절 나에게 있어 목적성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계속 물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에게 기쁨과 편리함을 주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에게도 목적성이 생긴 것이다. 전역을 하고 겨울에 C++ 계절학기를 들었을 때 였다. 학교까지 왕복 5시간이 걸렸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나가서 앞자리에서 수업을 들었다. 프로그래밍을 잘 하지 못했을뿐더러 전역 후 다 잊은 상태였다. 그래서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고 처음으로 만점이란 걸 받아보았다. 학기가 끝나고 교수님께서 연구실 자리를 제안해주셨고 그 때부터 나의 공부가 시작되었다.
연구실에 같이 있던 친구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공모전에 출품을 하였다. 런닝 관련 헬스 애플리케이션이었는데 매주 한강을 뛰며 개발한 앱을 테스트를 해보았다. 열정이 너무나 앞서 추석연휴에도 연구실에서 밤을 새며 만들었다. 나와 함께하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팀원의 중요성을 느꼈고 현실적 제약과 넘치는 열정사이를 어떻게 조율해야하는지도 경험해보았다. 결과적으로는 평가단의 반응도 좋아서 상까지 타게 되었다. 무언가를 개발하고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재미있었고 나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하지만 나에게 제대로 된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혼자 여러 세미나를 다녀보고 학교 밖의 사람들을 만나며 공부할 거리들을 찾기 시작했다. 누군가 찾아주는 공부방식이 아닌 자발적으로 공부거리들을 찾았다. 그리고 만난 소수의 친구들과 재밌는 프로젝트들을 하는게 너무나 즐거웠다. 학교 공부보다는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보고 관련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학교 전공 과목도 중요하니 공부를 안 한건 아니다. 와중에 폭삭 망한 프로젝트들도 있었고 좋은 평가를 받은 프로젝트들도 있었다. 망했을 때 느꼈던 실패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다음 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끔 노력하였다. 그렇게 남은 대학생활을 보냈다.
졸업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주변의 친구들은 대기업 시험 문제풀기, 자격증 따기, 영어 점수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때까지도 나는 내 토이 프로젝트의 버그를 고치고 있었다. 나의 목적성은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동작하게 만드는 것이고, 더 나아가 개발자가 되기 위한 일들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학습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했던 점이다. 이것저것 다 좋고 재밌어보여서 얕게 학습했던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다 내가 자발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경험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들을 발판으로 나에게 맞는 학습법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나의 목적성을 따라가다보니 운이 좋게 우아한테크코스에 오게 되었다. 너무나 멋진 회사였고 현재는 훌륭한 코치님들과 뛰어난 크루들 사이에서 코스를 진행하고 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자발적인 학습을 지향하고 좋은 개발자가 되는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발적인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이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오늘도 나의 공부방법을 보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멋진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는 코치님들과 크루들에게 감사하다.
나도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글쎄, 이제 글을 그만 쓰고 지금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의 버그를 고치면 알 수 있겠지.